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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

'7년의 밤', 정유정




7년의 밤
국내도서
저자 : 정유정
출판 : 은행나무 201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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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입니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내 심장을 쏴라>, <28>등으로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죠. 그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작품을 뽑으라 한다면 단연 <7년의 밤>입니다.


정유정 작가 작품들 중에서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가장 오래 지켰던 작품이니까요. 이미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겠지만, 이제야 어떤 작품인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함께 보시죠.







낙인을 찍을 권리는 누구에게?



열두 살짜리 여자아이의 목을 비틀어 살해하고, 여자아이의 아버지를 뭉치로 때려죽이고, 자기 아내마저 죽여 강에 내던지고, 댐 수문을 열어 경찰 넷과 한 마을주민 절반을 수장시켜버린 미치광이 살인마의 아들. -p. 18



이 소설에서 핵심이 되는 사건인 '세령호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이자, 세령호 사건의 주범의 아들인 서원. 그는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낙인이 찍혀 주변 사람들과 친척들, 모든 사회에서 모질게 버려졌습니다. 그가 세령호 사건을 일으킨 건 아니지만,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낙인이 찍힌 것이죠.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타인에게 낙인을 찍습니다. 스스로가 범죄를 일으킨 사람과 스스로는 완벽하게 다르다고 믿기 때문이죠. 범죄에는 항상 나쁜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범죄자의 입장보다 피해자의 입장에 잘 공감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반대로 범죄자의 입장을 보여줍니다. 만약 서원의 아버지인 '현수'가 그 날 밤 '세령'을 차로 치지 않았다면, 세령호 사건이 일어났을까? 세령의 아버지인 '영제'가 그 날 세령을 폭행하지 않았다면, 세령은 도로에 달려드는 일도 없었을까?



그저 들어난 사실만으로 모든 인과관계를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헌법은 무고를 원칙으로 집행됩니다. 그러나 낙인된 여론은 인과관계를 무시한 채 특정 부분만 집중적으로 매도하여 무고한 사람의 삶까지 사회적 매장을 가져옵니다.


그렇기에 누구에게도 낙인을 찍을 권리는 없습니다. 특히, 법치주의 국가라면 법 위에서 정당한 절차에 따라 과정과 결과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법이 만능하다 할 수 없지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요.




어떤 가족이든 어두운 면은 존재?


이 소설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면에 대한 고민을 하게도 하지만, 행복한 가정이라는 이상을 다시 돌아보게도 합니다. 술주정뱅이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 현수와 어머니의 삶을 되풀이하고 있는 현수의 아내 은주, 그리고 그들이 아들 서원. 결국 현수가 세령호 사건을 일으켜 은주는 세상을 떠났고, 서원은 평생 그 짐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서원을 평생 쫒아 다니며 딸의 복수를 꿈꾸는 영제도 다르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엘리트 치과의사이지만, 집에서는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교정'이라는 말로 아내와 딸의 폭행을 일삼았습니다.



중심이 되는 두 가족 모두 어두운 면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는 가족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서원이가 있었거든. 그 아이는 내 삶에 마지막 남은 공이야." -p. 377



현수의 말입니다. 유일하게 삶의 유지하게 존재가 아들이자 가족인 서원인 것이죠. 여기 또 영제의 아내 하영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쪽에게 남편이 되어 편지를 쓰는 동안, 저는 남편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니, 인간에 대해 좀 더 솔직한 이해에 도달하게 됐다고 해야겠지요. -p. 474



폭행을 당하고 참아야 했던 하영도 이렇게 남편을 이해하기까지 했죠. 이를 통해 우리는 가족의 양면성을 확인하게 되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