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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왜 ‘읽기’를 덕질하는 활자중독에 빠졌을까?




지금은 주변에서 알아주는 활자중독자이지만,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한 달에 한 권 밖에 읽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그보다 5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책을 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리 내 책을 읽을 때 말을 더듬기 일쑤였습니다.


영어든 국어든 언어랑 친하지 않았던 사람이었죠. 그 때에 비해서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어쩌다 ‘읽기’를 덕질하는 활자중독에 빠지게 되었는지 뒤돌아보려고 합니다.








화책은 봐도 그림 없는 책은 읽지 않았던 시절, 판타지 소설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의 책이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스스로가 책을 읽게 된 시점을 이 때라 기억하게 되었죠. 그렇게 한 권 두 권 읽다보니 오로지 판타지 소설뿐이었지만, 어찌되었든 시간을 일부러 만들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죠. 


독서를 시작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분들께는 이 이야기를 꼭 들려 드립니다. 독서라는 게 생각하시는 거만큼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기 위해서죠.


어떤 장르를 읽는 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 책을 읽기 위해 드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게 중요한 것도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읽기’를 덕질한 것이 아니라, ‘판타지’를 덕질한 것이니까요.


거창하긴 커녕 오히려 찌질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미약한 시작이 지금의 활자중독자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독서는 ‘판타지 소설’에서 ‘자기계발’로 전향했습니다. 수험생활 동안 동기부여가 필요했기 때문이죠. 자기계발서를 자주 읽으며 미래에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게 공부의 동력으로 이어졌고요. 그렇게 수많은 자기계발서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자기관리법에 대해서 공부했죠.





그리고 스티븐 잡스의 아이폰이 세상에 등장하면서 한국엔 인문학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자기계발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그 열풍에 편승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렇게 독서는 ‘자기계발’에서 ‘인문학’으로 다시 한 번 전향되었죠.


그러나 조만간 군대를 가게 되었고, 대략 일 년간은 책을 읽을 수 없었습니다. 이일병은 책이나 티비를 볼 수 없었거든요. 간신히 집에 전화하는 정도였죠.


그래도 일 년쯤 버티고 보니 상병이 되었고, 다시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인문학 독서가 시작되었습니다. 철학, 문학, 사학, 사회학, 경제학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간이야말로 가장 많은 책을 읽었던 기간이었습니다.





이때부터 공부의 동기부여 때문에 읽던 책들이 삶의 동기부여, 아니 삶의 ‘고민’들을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사는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등 수많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철학자, 문인들 혹은 교수 등과 같은 수많은 저자들의 생각을 읽고 되짚어보며 스스로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이 과정은 마치 갈증과 해소를 반복하는 과정이었죠.


책을 읽지 않을 땐 갈증을 느꼈고, 책을 읽거나 다 읽었을 땐 해소를 느끼곤 했죠.





제대 후에도 독서는 삶의 전부였습니다. 복학 이후에도 ‘학점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책을 읽을 지’ 고민했고, 졸업 후에도 ‘취업준비를 하면서 어떻게 책을 읽을 지’ 고민했으며, 지금도 ‘퇴근 후에도 어떻게 책을 읽을 지’ 고민합니다.


물론 몇 년간 반복되는 이 과정 속에서 독서는 끊임없이 변화해왔습니다. 여전히 갈증을 느끼지만. 갈증만을 느끼지 않습니다. 


독서를 통해서 여유도 느껴지며, 자유로워짐을 느낍니다. 독서 그 자체만으로 ‘살아있음’을 느끼죠. 그리고 여기서 드디어 ‘읽기’를 덕질하는 활자중독에 빠졌는지 스스로 알 것 같습니다. 


독서를 통해 거창한 성공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읽기’를 덕질하면서 여유, 갈증, 자유 여러 감정들을 한데 묶어 '행복‘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어떤 덕질이라도 마찬가지겠죠. 아마 죽는 순간까지 활자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벗어나려 할수록 벗어나지 못하겠죠. 중독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