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은 아니지만, 매일같이 해야 하는 일들이 있죠. 예를 들면 밥을 먹는 일 같은 거 말입니다. 밥 먹는 일 말고 또 매일 해야 하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찾아보면 무척 많겠지만, 밥 다음으로 꼽고 싶은 것은 책입니다.
책도 매일 읽어줘야 합니다. 물론 하지 않아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오히려 매일 읽어야 하는 사람이 정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대다수가 하는 일이 정상이라고 정의한다면, 책을 매일 읽는 사람은 소수에 속하니 비정상적인 일이죠.
그러나 책을 매일 읽는 사람은 책을 매일 읽는 게 정상입니다. 오히려 책을 읽지 않으면 불안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일까요?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사실 타인의 사정은 잘 모르겠습니다. 삶에 대한 고민이 많은지라 항상 그 답을 책에서 찾고자 하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으면 불안을 느낍니다. 마치 끝이 없는 정반합의 원리라고 할까요? 독서의 정반합은 국가주의라는 어떠한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목표는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진리'라는 것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나 끊임없는 동굴과 그림자 그리고 이데아의 반복이라고 해야 할까요? 책을 읽기 전에는 정에 해당하는 그림자를 진리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내가 믿고 있는 것이 맞는 건지에 대한 의구심이 듭니다. 그제야 생각해보게 되죠. 이 그림자가 반에 해당하는 동굴이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죠. 그리곤 합에 도달하여 이데아로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합은 결국 다시 정이 됩니다. 끊임없는 동굴의 반복이죠. 이데아를 발견한다고 해도 결국 선의 이데아에 닿지 못하는 반복되는 과정입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는 갈증을 느끼게 되고 끊임없이 진리를 갈구하게 됩니다. 이게 결국 매일같이 독서로 이어지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 독서가 그렇게 유일한 행위가 아닐 수 있습니다. 결국 어떤 진리를 습득한다고 해도 끝까지 진실이라는 법이 없으니까요. 어차피 못 찾을 거 굳이 찾아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한다면 찾다보면 찾을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모든 철학가들이 진리를 찾았다고 할 순 없지만, 나름 진리에 가까운 생각들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매일 책을 읽다보면 거기에는 미치는 것이죠.
꼭 거기에 미쳐야 할 필요도 없지만, 분명 자기발전은 일어납니다. 진리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말이죠. 얼마나 더 많은 동굴을 깨고 나오느냐가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1개의 동굴을 깨고 나온 사람과 10개의 동굴을 깨고 나온 사람은 확실히 다르니까요.
그런 이유에서 오늘도 내일도 책을 읽습니다. 마치 밥을 먹듯이 말이죠. 이것은 저만의 독서에 국한된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러한 이유가 아닐 수도 있죠. 책을 읽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살아가기 위해서라는 이유에 귀결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밥이라는 에너지를 통해 육체를 연장하듯이 책이라는 지식이나 생각을 통해 정신적인 삶을 연장하는 일임은 어떤 이유라도 귀결되는 결론입니다. 그래서 매일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일을 꼽아야 한다면 책을 읽는 일, '독서'를 꼽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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