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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도 ‘아, 그 유명한 책’하고 알 정도로 베스트셀러에 장기간 자리했던 책.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입니다.
이 책은 작가가 출판사에 여러 번 투고했지만, 끝내 발간하지 못하고 작가 스스로가 편집자로 나서 1인 출판으로 발간한 책입니다. 그래서 특이하게도 작가와 편집자가 같은 이름으로 찍힌 책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언어에는 차가움과 따뜻함 즉, 온도가 있다고 말합니다. 조사 하나 띄어쓰기 하나만 다르게 해도 전달하는 뜻이 달라지는 게 우리말이라면서 말이죠. 그래서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졌습니다. 작가가 느끼는 온도와 우리가 느끼는 온도가 어떻게 다른지 말입니다.
1. 온도는 어디에?
개인적으로 온도를 느낄 수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런 의문 때문인지 호불호가 많은 작품이라는 걸 어렴풋이 인정했습니다. 분명 작가는 언어의 ‘온도’에 대해서 말할 때에만 온도를 이야기했습니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언어’라던가,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현’이라던가 말이죠.
물론 정말 온도를 비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해서 온도를 느꼈다고 말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독자로써 생각하는 언어의 온도란 언어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읽고 싶었던 겁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는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느껴지는 색채가 있고 온도가 있습니다. 이를 상상하는 것이 언어의 온도가 아닐까요?
2. 이기주의 언어
이 책의 주된 전개방식은 작가가 일상에서 엿듣거나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작가 나름대로 해석하는 방식입니다. 가령, 예를 들면 이런 방식입니다.
어제 노트북을 켜고 ‘사람’을 입력하려다 실수로 ‘삶’을 쳤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사람’에서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세 단어가 닮아서일까.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사랑이 끼어들지 않는 삶도 없는 듯하다.
<언어의 온도>중에서
아니면 이런 방식도 있습니다.
여행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tour'는 ’순회하다‘ ’돌다‘라는 뜻의 라틴어 ’tornus'에서 유래했다. 흐르는 것은 흘러 흘러 제자리로 돌아오는 속성을 지닌다. 여행길에 오른 사람은 언젠가는 여행의 출발지로 되돌아온다. 돌아갈 곳이 없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방황인지도 모른다.
<언어의 온도>중에서
전반적으로는 개인의 철학이 뒷받침되는 글이며, 혹은 어원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철학을 뒷받침하는 식입니다. 그래서인지 앞 서 말한 것처럼 온도라고 하기엔 너무 나아간 것이 아닌가 싶은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작가 스스로의 언어는 확실합니다. 또한 작가의 언어는 읽기가 쉽고, 작가의 생각 또한 많은 사람들이 납득 가능하고 공감 가능한 이야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 작가와 함께 뒤돌아보고 곱씹어보기에 충분하다고 느꼈습니다.
따라서 ‘언어의 온도’는 모르겠으나, ‘이기주의 언어’라면 언제든지 다시 읽어보아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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