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잘 나가는 7년 차 신경외과 의사. 곧 있으면 레지턴트 생활을 마치고, 여저저기에서 명예로운 자리들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체중 변화와 각종 고통들. 폐암 4기 판정으로 시한부를 선고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신경외과의에서 불치병 환자로
나는 CT 정밀 검사 결과를 휙휙 넘겼다. 진단은 명확했다. 무수한 종양이 폐를 덮고 있었다. 척추는 변형되었고 간엽 전체가 없어졌다. 암이 넓게 전이되어 있었다. 나는 신경외과 레지던트로서 마지막 해를 보내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난 6년 동안 이런 정밀 검사를 수없이 검토했다. 혹시나 환자에게 도움이 될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하지만 이번 검사 결과는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지녔다. 그 사진은 내 것이었다.
-책 '숨결이 바람 될 때' 중에서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면, 여생을 살아야 할까?’ 누구의 인생도 앞날은 알 수가 없는 것이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혹은 죽어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고민하기 때문이죠.
마치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는 전제로 언젠가 일지 모르는 먼 미래의 일인 것 같으면서도 ‘사람은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전제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신경외과 레지던트였던 ‘폴 칼라니티’, 그는 서른여섯에 폐암이라는 불치병을 진단 받았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환자들의 죽음과 함께 싸워주었던 의사가 어느 날 갑자기 불치병 환자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행동의 주체였던 의사가 어떤 일을 당하는 대상의 환자가 되어버렸다고 그는 말했죠.
나는 내 삶의 모든 문장에서 주어가 아닌 직접 목적어가 된 기분이었다.
2.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로
몇 년 전, 나는 다윈과 니체가 한 가지 사실에 동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물을 규정짓는 특징은 생존을 향한 분투라는 것이다. 삶을 이와 다르게 설명하는 건 줄무늬 없는 호랑이를 그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수년을 죽음과 함께 보낸 후 나는 편안한 죽음이 반드시 최고의 죽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아기를 갖기로 한 결정을 양가에 알리고, 가족의 축복을 받았다.
우리는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책 '숨결이 바람 될 때' 중에서
보통 암을 진단 받으면 일을 아예 그만두거나 반대로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 다들 한 번쯤 고민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죽음이 코앞에 있다면, 죽어갈 것인가 살아갈 것인가를 말이죠.
폴 칼라니티는 죽음과 마주하고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의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책을 쓰고 싶었죠. 그리고 그의 옆을 지켜주는 아내 루시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죠. 그래서 그는 다짐했습니다.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를 말이죠.
3. 절대 미래를 뺴앗기지 않을 한 가지
하지만 절대 미래를 빼앗기지 않을 한 가지가 있다.
우리 딸 케이디. 나는 케이디가 내 얼굴을 기억할 정도까지는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목숨은 사라지겠지만 글은 그렇지 않다. 케이디에게 편지를 남길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대체 뭐라고 써야 할까?
-책 '숨결이 바람 될 때' 중에서
폴과 루시는 아기를 갖기로 했습니다. 폴도 알았습니다. 아기를 가지는 건 큰 기쁨이지만, 남편으로써 아내와 아기만 남겨놓고 갈 수 없을뿐더러 병이 악화될수록 아내 루시만 더 힘들어질 뿐이라는 걸 말이죠.
그래서 결정을 루시에게 미루었습니다. 그러나 루시는 말했습니다. 아기와 헤어져야 한다면 죽음이 더 고통일거라 생각했던 칼에게 “그렇다 해도 아기는 멋진 선물 아니겠어?” 하고 말이죠.
꼭 고통을 피하는 것만이 삶은 아닙니다. 결국 아기를 가진 그들은, 그리고 폴이 케이디를 처음 안는 날 느꼈습니다. 폴에게 펼쳐진 넓은 지평선만 보이는 공허한 황무지가 아니라 그보다 더 단순한 어떤 것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것은 계속 글을 TJ내려가야 할 빈 페이지라고 믿었습니다.
죽음을 앞두고도 미래를 보았던 것이죠. 케이디는 폴에게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살아가기에 충분한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이 훗날 케이디의 자랑이 되길 바랬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엄창난 일이기를 알아주길 바랬을 겁니다.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좋은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사전', 김소연 (0) | 2018.04.09 |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0) | 2018.04.08 |
'서른다섯의 사춘기', 한기연 (0) | 2018.04.05 |
'서른의 연애', 좋은비 (0) | 2018.04.04 |
‘딸바보가 그렸어, 엄마의 일기장’, 김진형 이현주 부부 (0) | 2018.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