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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울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막상 운다고 해도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말이죠. 그래도 좀 울고 나면 다시 울고 싶지만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의 삶이자 일상이죠.
가끔은 이러한 일상을 뒤돌아보고 공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미 떠나간 과거이지만 이런 것들이 현재의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요.
1. 별생각 없이 건넨 말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책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중에서
이 구절을 보면서 우리가 하는 말들이 혹은 써 내리는 글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마 시인이 시인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기 때문이겠죠.
박준 시인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전반적으로 시인의 이러한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시 같으면서도 산문 같고, 산문 같으면서도 시 같은 모든 글에 시인의 따뜻한 시선들이 녹아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따뜻하고 예쁘게 노력해서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아 있고 싶음 마음이겠죠.
2.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이 책이 시집이 아니고 산문집인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시처럼 복잡하거나 해석할 필요가 없습니다. 숨김없이 직설적으로 이야기 합니다. 예를 들면, 산문집 제목이 될 수 있겠네요.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렇겠습니다.
-책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중에서
이처럼 머리가 과부하 되는 일 없이 읽히면 읽히는 대로 읽고 받아드리면 됩니다. 때문에 어떤 책보다 우리에게 쉽게 다가오고 공감을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3. 별거 없던 일상의 나날
그러나 시인과 독자들 사이에서 공감을 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 이유는 글이 예뻐서도 아니고, 마음이 따뜻해서도 아니고, 쉽게 읽혀서도 아닙니다. 시인의 이야기가 곧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시인이 가진 원대한 철학이나 사색을 담은 책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서 전해 들었던 말, 혹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말로 옮겼습니다.
봄을 반기며 마셨고 여름 더위를 식히자고 마셨고 가을이면 서늘하다고 마셨고 겨울이면 적막하다고 마셨다. 게다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술은 더 좋았다.
-책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중에서
결국 우리의 일상이 담겨 있기에 우리의 글이자 책이고, 그저 스쳐지나갔던 일상을 다시 뒤돌아보게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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