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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사무치게 찬바람이 부는 겨울, 친숙하고 위로되는 시집 BEST 3



최근 드라마를 보거나 문화생활을 하다보면 좋은 시들이 인용되고는 하는데요.


마케팅이니 뭐니 해도,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이나 작가의 스토리 전개에 따라 좋은 시들을 접하다보면 감정이 이입되어 더욱 쉽게 마음에 와닿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어떤 시들이 주목을 받고 있고, 또 함께 즐겨볼만한 드라마나 문화생활이 무엇이 있는 지 꼽아보았습니다. 함께 보시죠.







1.


국내도서
저자 : 정현종
출판 : 문학판 201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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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꼽은 시집은 정현종 시인의 <섬>입니다. 이 시집은 최근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소개되어 화제가 되었으며, 시분야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이 시집은 특이하게도 시인의 시만 수록된 것이 아니라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이나, 혹은 시인 특유의 글씨체로 쓰여진 시들도 같이 수록이 되어있어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정현종 시인의 아름다운 '정언명령'이라고 불릴만큼 철학적인 내용을 담은 서정시집이기도 하죠. 앞 서 언급한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는 다음 시가 읽혀졌습니다. ▶추천 리뷰보기


출처 :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 중에서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는 때문이다.

한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방문객', 정현종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국내도서
저자 : 김용택
출판 : 예담 201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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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역시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나왔던 시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입니다. (tvN 알바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tvN에 좋은 드라마가 많은 우연입니다.)


이 시집 또한 특별한 점이 있는데요, 특정 시인이 쓴 시집이 아니라 우리에게 친숙한 섬진강 시인 '김용택'시인께서 좋은 시들을 골라 엮은 시집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드라마 <도깨비>는 점점 과거의 작품이 되어가고 있지만, 드라마에서 소개되었던 시집이 여전히 베스트셀러에 자리할만큼 드라마 또한 명작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에서 인용되었던 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추천 리뷰보기


출처 : tvN <도깨비> 중에서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게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사랑의 물리학', 김인육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국내도서
저자 : 백석
출판 : 다산책방 201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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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백석의 시집 이름은 '사슴'으로 유명합니다만, 보통 백석 시 중에서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많이들 좋아합니다. 물론 이외에도 좋은 시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경남 통영시에 있는 충렬사 앞에 놓여진 <통영> 시비를 좋아도 합니다. 특히 <통영>은 백석 시인이 충렬사 계단에 앉아 쓴 시로도 유명한데요.


시비의 <통영>을 읽고 충렬사를 오르고 있노라면 계단에 앉아 시를 쓰는 백석의 모습이 신기하게도 그려집니다.


여하튼 최근에 대학로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재개막하면서 다시 한 번 그 인기를 실감하게 해주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서도 함께 읽어보면 좋은 시집에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로 꼽았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시도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입니다. ▶추천 리뷰보기


출처 : 대학로 유니플렉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중에서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이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